10-3 강의 목표: 각색하는 법, 각색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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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작 시나리오 vs 각색 시나리오
시나리오는 창작 방식에 따라, 원작이 따로 없는 창작 시나리오와 원작을 각색한 각색 시나리오로 나눌 수 있다.
a) 창작 시나리오
창작 시나리오의 예시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혹은 2018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순수 창작물로, 창작 시나리오 또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라고 부른다.
b) 각색 시나리오
각색 시나리오는 영어로 어댑티드 시나리오(adapted scenario)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예시로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시리즈가 있다.
이 영화의 원작자는 마이클 크라이튼이라는 소설가로, 스필버그 감독이 이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것이다.
한국 영화중에도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일본의 동명 만화 올드보이를 각색한 영화다.
2. 각색 방법과 각색 시나리오
각색이라는 말은 영어로 Adaptation이라고 한다.
각색이란 것은 영화 모티브와 영화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다른 매체의 작품으로부터 이끌어내는 작업이다.
연극, 소설, 실제 있었던 역사, 전기, 코믹스, 웹툰 등 다양한 이런 문학작품이나 문화매체의 스토리텔링 이야기 요소들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인 것이다.
린다 허천의 정의에 따르면, 각색은 원작의 재해석과 영화적 재구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각색에서는 원본의 이야기, 인물, 대사가 문자 그대로 표현되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각색은 영화적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색 시나리오는 영화적으로 독특한 형태로,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의 성향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영화의 천황이라 알려져 있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의 희곡을 일본 역사극 무대로 변형시킨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1985년 <란>이라는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은 ‘어지러울 난(亂)’이다.
그런데 이 <란>은 하는 셰익스피어 희곡인 리어왕, 킹 리어를 중요한 플롯으로 삼아서 만들었다.
플롯은 거의 같은데 딸이 아들로 바뀌었고, 배경이 영국 혹은 유럽이 아니라 일본의 중세로 바뀌었다.
3. 시나리오와 다른 스토리텔링 매체의 차이
성공적인 각색를 위해서는 시나리오가 일반 소설이나 문자와 무엇이 다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소설이나 웹툰 등 스토리를 가진 메체에는 화자와 청자가 있다. 화자는 말하는 사람이고, 청자는 듣는 사람, 영화로 치면 관객이다.
그런데 소설이나 웹툰은 그 책을 읽거나 만화를 보는 것이 청자, 곧 듣는 사람이다. 반면, 영화는 관객이다.
소설이나 웹툰은 화자나 중계자가 동일하게 문자나 그림으로 보여 주는데 비해 영화는 카메라라는 중계자가 있다.
그래서 카메라의 역할이 중요하고 관객들은 카메라를 통해서 자기가 영화를 보게 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이나 웹툰이 조금 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을 가진 매체라면 영화는 그에 비해 굉장히 수동적이다.
영화는 카메라의 프레임 속을 관객이 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 등장인물과 2차적 동일시를 통해서 영화를, 스토리를 구성하고 감상하기 때문에 소설이나 웹툰이나 다른 장르보다는 훨씬 더 수동적인 입장에서 보여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소설 글쓰기와 영화 글쓰기에 차이점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고싶다면 아래 강의 참고)
반면에 내면 심리묘사에 있을 때 소설은 문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좀 상징적인 기호가 많이 나온다. 웹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영화는 직접적으로 영상으로 보여 주는 도상적 기호라는 특징이 있다. 영화는 시각적으로 바로 보여준다. 등장인물이 슬프거나 외로울 때는 "슬프다", "외롭다" 문자를 통해 쓰거나 비유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소설이라면 영화는 외롭고 슬픈 장면을 그대로 영화에서 보여준다.
또한 영화를 각색할 때 유의해야 될 점은 소설이 문자나 혹은 웹툰이 문자와 그림으로 이루어질 서술 체계라면, 영화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매체의 차이 때문에 드러내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만약에 두 부부 사이가 점점 나빠지는 내용을 소설이나 웹툰으로 묘사 할 경우에는 글로써 혹은 그림으로 설명해 나가야 한다. 반면 영화는 다르다. 예를 들자면, 1941년 오슨 웰즈 감독의 영화 <시민 케인>에서 케인과 아내가 점점 결혼 생활을 하면서 거리가 멀어지는데, 이것을 소설에서는 ‘두 사람이 멀어진다.’ 이렇게 썼겠지만 영화 속에서는 두 사람이 처음 식탁에서 식사를 할 때는 가까이 앉아서도 식사를 하고, 그다음에 거리가 조금 멀어졌을 때는 식탁이 길어지고, 그리고 마침내 사이가 안 좋았을 때는 그 식탁의 끝과 끝에 앉아서 식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시민 케인>의 이 장면만 봐도 두 부부가 거리가 멀어 졌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이 영화는 소설과는 다른 형태를 가진 매체이기 때문에 각색의 핵심은 원작을 재해석하고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각색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중요한 차이점은 분량이다. 소설은 보통 350페이지 전후에 달하는 반면 시나리오는 길어야 120페이지다. 즉 소설을 시나리오로 바꿀 때는 좀 줄이든 늘이든 120페이지 전후의 시나리오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인물과 이야기에 대한 재구성이 불가피하다.
소설 외에 뉴스나 언론에 보도된 사회적 문제나 역사적인 사실을 시나리오로 각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체로 만들기 위한 이야기 형식과 이야기 구조에 맞춰서 옮기거나 변형시켜 나가야 한다.
시나리오 각색 방법의 핵심은 영화적 재구성이다.
영화적 재구성은 시간과 장소, 인물의 행동을 새로운 영화적 신(scene)으로 제작하여 통합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영화적 신으로 만들어 통합해 나가는 시나리오로 만드는 것이 각색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4. 각색에 대한 작가 및 감독들의 의견
영화 감독이나 시나리오 전문 작가들은 각색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영화 <미스틱 리버>를 각색했던 시나리오 작가 브라이언 헬겔랜드는 각색 과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책에다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메모도 하며 읽는다. 여백에 뭔가를 적어라. 필요 없는 부분은 건너뛰어라, 여러 장의 종이를 책에 붙였다, 떼었다 한다."
브라이언 헬겔랜드 작가의 경우에는 각색할 때 과감하게 건너뛰고 또 첨삭을 하면서 이야기를 재구성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 <콜래트럴>의 시나리오 작가 스튜어트 베티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첫 번째 읽을 때가 가장 중요하다. 일단 내용을 받아들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때 좋은 신, 좋은 대사, 좋은 순간을 쓴다’
그리고 ‘이것이 오프닝 신이 된다. 촬영이 시작되기 몇 주 전에 좋은 대사, 좋은 순간 같은 것 중에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 한다’
그리고 스튜어트 베티는 세부적인 것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각색 시나리오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을 축소하여 쓰고 자기가 드러내고자 싶은 것을 신과 대사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 영화를 만들 때 이런 언급을 했다.
‘글을 쓰는 내게, 시나리오를 쓰는 내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인물이다. 그 인물의 걸맞는 배경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나 자신에게 전작이 없던 영화처럼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고 암시한다.’
<터미네이터 1>과 <터미네이터 2>는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전개된다. <터미네이터 1>에 쓰인 사이보그는 2편에서는 굉장히 도덕적이고 선량한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이 어떤 인물들을 살리고 어떤 초점을 가지고 영화를 변형시키느냐,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말하고 있다.
5. 각색의 구체적인 사례
성공적인 각색사례로는 영화 <대부>, <양들의 침묵>, <반지의 제왕>이 있다.
a) 대부 - The Godfather
각색의 교과서라고 잘 알려져 있는 것은 1972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라는 영화다.
이 영화는 마리오 푸조라는 소설가가 쓴 동명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각색했고, 1974년 아카데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 그해 골든글로브 각본상도 공동 수상했다. 한 마디로 미국에서 그해 만들어진 영화 중에서 가장 각본이 좋았단 뜻이다.
<대부>라는 영화의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코폴라 감독은 처음에는 거절했다. 왜냐하면 원작인 대부 마리오 푸조의 소설, The God Father 소설이 코폴라 감독이 생각할 때는 마피아 조직을 다룬 싸구려 3류 소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친구였던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들었던 조지 루카스 감독이 그것도 얼마든지 좋은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할 수 있다고 설득을 했다고 한다.
코폴라 감독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폴라 감독은 이탈리아계 미국인이었고 아버지도 이탈리아계 이민자였다. 그러다 보니 코폴라 감독은 복수와 살인과 음모가 난무하는 원작소설을 아버지와 세 아들이라는 이탈리아 이민자 가족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약간 비튼다. 이와 같이 코폴라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부라는 영화를 재해석하고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특히 코폴라 감독은 각색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서 원작 소설에 본인이 매뉴얼을 만들어서 작업했다고 한다. 이것은 '대부 노트북'으로 불린다. 대부 노트북은 소설, 원작의 서사를 50개의 시퀀스로 나눈 것이다. 한마디로 소설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긴 소설을 50개의 시퀀스로 나눈 다음에 이야기와 이미지 톤, 여러 가지 분야를 쭉 나눠서 이것을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이야기할까? 로 재구성 한 것이다.
*실제로 감독이 저자인 도서로 판매중이다. https://www.amazon.com/Godfather-Notebook-Francis-Ford-Coppola/dp/1682450740
이와 같이 코플라 감독은 원작에 있는 살인과 음모 중심의 마피아 조직의 이야기를 아버지 돈 꼴레오네와 세 아들과 딸의 이야기로 변모를 시키면서 성공적인 각색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리고 코폴라 감독은 대부라는 원작소설을 자신이 만든 ‘대부 노트북’이라는 것을 통해서 시퀀스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철저하게 재창작 과정을 거쳐서 영화로 만들었고 그의 작품은 흥행과 비평가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나중에 1974년도에 코폴라 감독은 <대부 2>도 만드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원작 소설 3부를 이전 방식대로 각색하여 영화로 만든다. 원작 소설 그대로 만들지 않고 1편과 마찬가지로 각색 과정에서 아버지 이야기, 돈 꼴레오네 빅터의 이야기, 그리고 아들 마이클의 이야기를 교차편집을 통해서 보여준다.
이러한 점이 소설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코폴라 감독은 대부라는 방대한 원작소설을 가족 중심의 서사로 초점을 맞추면서 각색했고 그것을 교차 시퀀스 양식으로 영화로 재구성했기 때문에 성공한 각색 시나리오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b) 양들의 침묵 - The Silence of the Lambs
또 하나의 각색의 대표적인 사례는 1991년 조나단 드미 감독의 <양들의 침묵>이다. <양들의 침묵>은 원래 미국 범죄 전문 기자 출신인 소설가 토마스 해리스가 쓴 동명소설 "양들의 침묵"을 각색하여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1992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받았다. <양들의 침묵> 영화의 각색 방식에는 중요한 방향성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원작에 충실한 각색을 했지만 동시에 당시 1990년 초반의 미국 사회, 특히 여성의 인권과 페미니즘의 부상에 따른 그런 시대적 분위기를 영화에 반영했다.
그래서 침묵하며 성차별을 받던 여주인공인 클라리스가 내적 트라우마와 성차별을 극복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었다. 원작 소설의 미스테리 살인범죄물을 여성의 인권을 중심으로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1990년대 부상하던 미국 사회의 여성 인권 신장과 관련해서 재해석하고 재구성했기 때문에 영화적으로도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c) 반지의 제왕 - The Lord of The Rings
마지막 사례는 <반지의 제왕>이다. 잘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동명의 원작 소설 3부작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굉장히 긴 소설이다. 너무 길기 때문에 영화를 연출한 피터 잭슨 감독은 각색 작업에 참여하면서 원작자 톨킨이 썼던 모든 것에 충실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원작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시나리오를 각색하기 위한 좋은 기술은 원작과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다르게 가져가는 것이다. 책은 책이고 소설은 소설이고 뉴스는 뉴스이고 웹툰은 웹툰이다. 시나리오는 시나리오여야 한다. 굳이 원작 그대로 얽매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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